흔한 고민을 학문에서 빌려온 개념어로 포장해서 휘두르는 걸 더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범생이라 부른다. 범생이가 자뻑하면서 약을 팔기 시작하면 지적 사기꾼이 된다. 나는 지적 사기꾼이 싫다.
그런데 범생이, 글쎄, 범생이 자체는 나쁘다 할 만한 이유는 없다.
다만 누구나 병상에서, 싱크대 앞에서, 배 위에서, 아님 술집에서 곱씹고 나누는 고민의 벌크를 단순히 포장만 바꿔 ‘학문’으로서 유통하고 싶은 유혹을 이기는, 용기 있는 범생이들이 많아졌음 좋겠다. 엄정한 직업 정신을 갖춘 범생이들이 무대와 강단에 올랐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