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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비용

“생각은 비싸다” 하고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뒀더랬다.

여러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좋은 생각을 내거나 찾기는 힘들다든지. 정보는 돈이라는 클리셰까지. 뭐 다 맞는 말이다.

내가 썼을 때 생각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생각은 과연 비싸기만 할 뿐만 아니라 휘발적이기까지 하다) “공부는 비싸다”라는 말을 하려 했던 것 같다. 뭔가를 제대로 놓고 관찰하고 느끼고 분석하고 새롭게 뜻을 펼치는 행위에는 힘과 시간이 든다. 힘과 시간을 들이려면 돈도 필요하고 여유도 필요하고 먹을 것도 필요하고 잠도 자야한다. 게다가 공부는 돈이나 시간을 야금야금 쪼개서 투자한다고 무언가 이루어지는 행위도 아니다. 천 원은 백 원짜리 열로 쪼개지만 천 원짜리 공부를 열로 쪼개면 셋 정도 남거나 심하게는 0이 남는다.

이리저리 쪼들리고 생활에 허덕이는 사람이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여유로운 사람이 공부할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맥락 전환 비용, 마찰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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