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까지 와서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글을 쓴다. 문장을 쓰는 게 무척 오랜만이다. 요 몇 달 간 완결된 문장을 쓴 적이 없다. 말한 적은 더더욱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말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뭐라도 쓴다.
요즘 들어 철학 생각도 한 적이 없다. 제대로 말하자면, “철학적 문제”랄 만한 것을 끈덕지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쌌다. “잘 살았다”까지 쓰려 했는데, 잘 살았는지는 모르겠다. 괜시리 나는 또 철학을 의식하게 된다. 제대로 잘 살아 있나, 살고 있나, 깨어 있나 하는 물음에 어떻게든 철학을 보태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든다.
‘철학’이라는 말은 너무 크다. 할아버지가 되어 시골길을 걸으며 생각하는 것도 철학이라 부를 수도 있다. 내가 말하는 철학이 그런 철학은 아니지만 — 그러면 이리 뒤섞인 개념의 결에서 나는 무엇을 솎아내어 철학이라 부르고 싶은 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가. 여기에 대한 대답을 내는 활동이 ‘철학적’이긴 하다는 게으른 상황 보고 밖에는 못하겠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글을 쓰려 치면 생각이 달아난다. 생각이 말을 피해간다. 초보 작가가 흔히 겪는 어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