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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MBTI, 어릴 적 기억들

최근 MBTI 검사를 하면 INFJ가 나오고, 이전에는 INFP/INTP/INTJ 요렇게 나왔는데 주변인들이, 네가 어떻게 F/T/J/P냐 하고 구박할 때마다 나도 아리송하긴 했다. 본체는 INFP에 제일 가까운 것 같다 싶다가도, 아주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는 항상 감정을 머리로 이해하려 했지 몸으로 가슴으로 즉각 느끼진 않았던 것 같다. 그게 방어기제이고 아주 어릴 때부터 생긴 것일 수도 있겠다만··· 다른 측면들도 있는 것 같다.

  • 무튼 나는 INTJ로 살고 싶다 생각하고 그렇게 나를 밀어대며 커오긴 했다.
  • 나는 감정에도 논리가 있고, 사람의 논리는 정동의 땅에서 자라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감정에 논리가 없다면, ‘네가 이랬기 때문에 나는 화가 나’ 하는 말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 논리가 정동에서 싹트지 않는다면, 사람은 항진명제만 읊조리면서 살아도 무방하다 (1 = 1).
  • 중학생 때 골몰하던 주제는,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 “왜 인권이 보호되어야 하는가” / “인권이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가?” 였다.
    •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 죽이면 안 되는 이유를 찾던 까닭은, 내가 사람을 죽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면 안 될 것 같은데 정말 그래야<만 하는, 구속력 있는 내 밖의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같았다.
    • 인권 개념도 비슷한 맥락에서. 그때 결론은 결국 “판 짜임”과 “힘 싸움”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극히 푸코 내지 니체스러운 결론.
  • 감정으로 돌아와서 -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는 동급생들이 어른의 이런저런 감정을 “흉내”낸다고 느꼈다. 조직이나 인간 관계서 어떤 역할을 도맡고, 그 자리에 기대되는 연극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걸 보면서 되게 괴상하고 어색하다고 느꼈던, 그 생경함이 아직도 몸으로도 기억난다.
    • 그리고 그 감정을 내가 <몸소> 느끼지 못 한다는 사실이 좀 이상했다.
    • 난 구구단을 되게 늦게 왼 편이고, 구구단을 외지 못 해서 반 앞에 서서 창피와 벌을 당했던 기억까지 있는데 (쓰고 보니 이거 완전 아동학대네) 딱 그런 느낌과 같았다.
  • ‘왜 A는 저렇게 슬피 우는 걸까?’ 생각하며 나도 어쩔 수 없이 울어버리고, 그것을 이해하려고 합리화를 하는 데 익숙해진 게 중학생때였다.
  • 결국 <나는 왜 · 어쩌다 이런 걸까?> 하는 물음의 연속인데, 요런 자아탐닉이 내가 고착 내지 퇴행 상태라는 뜻이겠다.

뭘 쓰려고 했던 건지 기억도 안 난다. 쓰고 나니 마음은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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