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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K-SELLARS

김영건 선생님이 난해한 내용에 대해 무조건 텍스트 탓만 하시는 분은 결코 아니었죠.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그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간략히 설명할 수 있다는 게 김영건 선생님이 항상 강조하셨던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이렇게 말씀하셨죠. “뭐든지 자신이 읽은 걸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야지! 좀 더 나가면, 전제와 결론 두 문장으로! 틀리면 뭐 어때? 잘못 이해한 내용은 나중에 고치면 되는 거야.”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읽은 내용을 대담하게 자신의 말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셨죠. 또 그렇게 요약한 내용이 정말 옳은지를 사람들 앞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거고요. 그래서 김영건 선생님의 수업에서는, 어떤 복잡하고 난해한 텍스트에 대해서라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하여 토론하는 일들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글을 이따위로 쓴 놈이 멍청한 거다!: 김영건 선생님의 교훈에 대한 단상

철학은 무얼 하는 학문인 거 같냐는 질문을 어제 받았는데, 뒤늦게 부고를 알게 되고 생각을 정리했다. 언어의 시가지 변두리에서 전제와 결론을 성실히 다듬는 일이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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