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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다는 말
심심하다는 말을 듣기 싫어했다. 심심하다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별 볼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주어진 시간이 이리도 짧은데 할 일이 없다는 건가 하고. 심심한데 놀아달라는 말을 들으면 화나기도 했다. 넌 소중한 시간을 그냥 어지럽게 쓰고 있는데, 내 시간과 힘을 생각없이 앗아가겠다는 말처럼 들려서.
삶의 의미를 일궈내는 노동을 남에게 전가하고 착취하는 꼴을 난 못 보지만서도, 요즘은 사람이 심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심심함을 느끼지 않는 시간이 없는 삶이 불행한 게 아닐까 생각해보곤 한다. 그냥 가만히 있고, 무언가를 할 필요도 느끼지 않지만, 무언가 남아도는 힘은 느껴져서, 긴장을 풀어야 하는 그런 생활의 상태가 가끔은 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심심함은 새롭고 신나는 일을 벌릴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바쁨은 다른 새로운 것을 꺼릴 이유밖에 못 되기도 하고. (심심하니 이걸 해볼까 vs. 바쁘니까 이건 못 해)
쓰고 보니 난 정말 줄곧 까칠한 사람이구나 싶네. 그치만 어쩌겠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