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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 아픈 말

“날씨가 먹먹하다”는 걸 “지구 한 부분이 수증기로 덮여있다” 쯤으로, “친구가 죽었다”를 “한 유기체가 사멸했다” 쯤으로 말하는 수가 있다.

말로써 관조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말을 끝까지 게워내고 궤양까지 긁어낸다. 적출된 핏덩이를 골똘히 응시한다. 그게 하나.

다른 하나는 말을 뒤집는 것이다. 차원이나 규모를 달리해서 아픈 면을 피하는 것이다. 근데 아픈 말은 그저 아플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달리 말하는 것이다. 굳이, 덤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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