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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고 행하지 않고 싸우지도 않고 살 수 있는 탈윤리적 삶은 정치적 허상이다.
윤리의 공간은 비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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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란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동물로 태어나 울음을 내고 구르고 부딪히며 푸드덕이기도 하고 기기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더듬어 알아가는 과정 같다. 몇 번 꿈틀댔을 때 충분히 높이 날지 않는다고, 충분히 멀리 가지 않는다고 좌절하는 것은 속단이다.
(그런데도 남의 길을 따라가고 싶어하는 까닭은, 다 같은 동물이라 사는 꼴이 결국 비슷하다는 것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서로가 너무나도 닮아보인다는 점도 있다. 같아 보이는 것 가운데 다른 것, 달리 보이는 것 가운데 같은 것을 솎아낼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자라나기에는 족하다.)